대답하는 이 어디에 있습니까?

  • 한성윤
  • 02/26/2013
오늘이 서러운 그 날들은 내일마저 어두웠습니다. 스물 여섯해의 짱짱한 젊음도 총 부리를 겨누던 동포의 손 아래서는 절망이 되어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힘겹게 잡혀있던 곳을 벗어났지만, 사랑하는 가족들은 이미 땅에 내동댕이쳐진 두부처럼 부수어져 찾을 길이 없었습니다. 젊은 시인은 눈물 도랑이 얼굴이 되어버린 겨례와 함께 그마나 서로의 어깨에 묻혀 남으로 남으로 ...

눈물 그리고 한숨

  • 한성윤
  • 02/05/2013
사랑을 고백하는 사람의 눈에 아롱대며 달려있는 눈물은 빛이 납니다. 공부하는 아들 방 앞에서 발 끝으로 사뿐거리며 걷던 어머니가 아들의 합격 소식을 듣고 보이는 눈물은 웃음입니다. 사랑하는 이를 가슴에 묻고 돌이키는 발 길에 반짝인 눈물은 그리움입니다. 눈물은 우리의 산고 끝에 태어난 자식입니다. 우리의 사랑이요, 우리의 분노요, 우리의 아픔이요 그리고 ...

하물며

  • 한성윤
  • 01/25/2013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달각 달각거리다가 갑자기 자판 위를 누비던 손 등에 내려앉는 햇살을 느끼고 깜짝 놀라곤 합니다. 오후의 노을이 구름 속을 뛰어 손 등에 마실을 온 것입니다. 손 등을 물들이고 춤을 추던 노을을 보고 있으면 모니터 속에 있던 세상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 같습니다. 숨가쁘게 뛰어와서는 말도 없이 가버리지만 그 아름다움을 더 보고 싶어서 ...

생명 (2)

  • 한성윤
  • 01/10/2013
요즘은 아직 새로운 날들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아침을 매일 맞이한다. 일어나 움츠렸던 몸을 한 껏 펴면서 깊은 숨을 내쉰다. 숨을 들이마시고 세상을 향해 내쉬는 일은 지금 우리가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생명이지만 우리 힘으로만 살 수는 없다. 우리는 세상에 자신을 내 놓으며 세상은 우리에게 자신을 준다. 제법 쌀쌀한 아침이면 우리는 세상을 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