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 눈꽃이 되어

  • 한성윤
  • 05/24/2016
골목길을 따라가다 동네에서 제일 큰 기와집 담을 따라 돌면 가끔 뻥튀기 아저씨가 검은 망이 달린 요상한 기계를 돌리다가 “뻥이요” 하며 튀밥을 내던 조그만 마당 터가 나옵니다. 장소로 봐서는 아이들이 모여 놀기 딱 좋은 곳이건만, 금지구역 중 하나였습니다. 거기에는 호랑이 아저씨가 일하는 얼음 가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름 팝니다”고 적힌 양철문 위에 ...

우리에게 눈물이 남아있습니까?

  • 한성윤
  • 05/09/2016
“설워라 설워라 해도 아들도 딴 몸이라,,, 빈 말로 설운 양함을 뉘나 믿지 마소서”(정인보). 어머니의 사랑은 시인에게 서러움이었습니다. 사랑은 짜릿하고 기쁘기도 하지만 역시 그 깊이에는 서러움과 눈물이 있습니다. 미국에 살다 보니 사랑이란 말을 자주 씁니다. 좋기도 하지만, 섭섭하기도 합니다. 마치 한국어에서 ‘먹다.’는 말이 자주 쓰이듯이 미국에서는 ...

주님, 소원 하나이다

  • 한성윤
  • 03/26/2013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마음을 서늘하게 울리는 음성을 뒤로 하고 우리는 우리의 아버지를 떠났습니다. 생명이신 아버지를 떠나자 우리는 생명에서 멀어졌습니다. 다정하신 아버지에서 멀어지자 우리는 서로에게도 무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따뜻한 아버지를 떠나자 미움이 우리 사이를 채우고 분노가  우리 마음을 덮어버렸습니다. 아이를 낳는 것도 그리고 기 ...

길 없는 길

  • 한성윤
  • 03/05/2013
뚜벅뚜벅 그가 길을 만들며 걸어왔습니다. 사람이 길을 만들지만 길은 사람을 인도합니다. 길은 우리가 만나는 통로가 되고, 지친 몸이 멈추어 쉴 곳을 찾아주며, 수없이 찍히는 발자국은 우리의 인생이 됩니다. 하지만 길없는 길도 있습니다. 찾을 수도 만들 수도 없는 길이 있습니다. 우리를 영원으로 인도하는 길이었지만 우리가 버렸고 잊으려 했으며 잊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