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그리고 한숨

  • 2013-02-05
  • 한성윤

사랑을 고백하는 사람의 눈에 아롱대며 달려있는 눈물은 빛이 납니다. 공부하는 아들 방 앞에서 발 끝으로 사뿐거리며 걷던 어머니가 아들의 합격 소식을 듣고 보이는 눈물은 웃음입니다. 사랑하는 이를 가슴에 묻고 돌이키는 발 길에 반짝인 눈물은 그리움입니다. 눈물은 우리의 산고 끝에 태어난 자식입니다. 우리의 사랑이요, 우리의 분노요, 우리의 아픔이요 그리고 우리의 그리움입니다. 그런데 그토록 치열하던 눈물이 얼굴을 지나 내리다가 세상을 향해 날아가 말라버리듯, 그렇게 사라져가는  “까짓것”이 되어갔습니다. 사랑도 웃음도 그리움도 무덤덤이 되어갔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눈물을 지웠습니다.


그런 어느 날, 빛나던 눈물이 칼날이 되어 사랑했던 이의 가슴을 베어낼 때, 아들을 위했던 눈물이 서러움의 탄식이 되었을 때, 그리움조차 캄캄한 닫힌 방이 되었을 때 우리는 사랑이, 웃음이, 그리움이 그리워 아파합니다. 어디에서 나는 내 사랑과 그리움을, 그리고 웃음을 잃어버렸을까?


그 날, 가슴이 저려 온 몸에 눈물조차 없을 때 우리가 버린 줄 알았던 눈물을 우리 가슴에게 돌려주는 분을 당신이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그 분은 당신의 눈물을 자신의 병에 담았습니다. (시 56:8) 그 분은 당신에게 그 빛나던 눈물을 찾아주고, 웃음짓던 눈물을 돌려주고, 그리움의 눈물을 주려고 자신이 눈물이 되신 분입니다. 칼날같은 눈물, 서러움의 눈물, 죽음의 눈물이 되어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가슴을 다시 사랑으로 빛나게 하고, 웃음으로 숨차게하고 그리움으로 따뜻하게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눈물을 찾았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을 향해 우리는 땅이 꺼지는 한숨을 쉽니다. 멀리 고국을 떠나온 우리는 이야기 보따리들입니다. 그래도 내일은 잘 되겠지하며 걸어갑니다. 큰 숨을 들이쉽니다. 아침의 큰 숨이 오후의 한숨이 될 때, 우리는 가슴의 돌덩이를 숨에 돌려 던지지 못하고, 돌 위에 돌을 쌓아갑니다. 무거울수록 한숨도 무거워집니다. 단단한 땅도 견디기 어려워 꺼져버리는 한숨입니다. 그 날, 그 어둑한 날, 당신의 한숨이 되어 땅에 내동댕이치고 버려진 분을 당신이 기억하기 바랍니다. 당신의 한숨을 가슴에 담으신 그 분은 살아 꿈틀대는 숨결을 우리에게 주시고 땅 속으로 우리의 한숨을 자신과 함께 묻으셨습니다. 우리는 다시 숨을 뱉어 노래를 부르게 되었고 입을 모아 따뜻한 입김을 내놓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숨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눈물이요 한숨이 되셨던 그 분은 고향을 찾듯 다시 우리 가슴으로 돌아옵니다. 그 분은 우리가 눈에 보이는 것들에 마음을 빼앗길 때, 우리 안에 반석에서 넘쳐나는 샘물이 되시고, 높아지고 인정받는 것이 그리울 때, 겸손히 흐르는 잔잔한 시냇물이 되어주십니다. 선한 일을 하다 낙심할 때, 가슴을 쑥 여는 큰 숨이 되시고. 불안하여 비틀거릴 때 한이 없는 바다가 되어주십니다. 사는 일이 답답할 때, 콰르릉 줄기 뻗어 시원스레 내려 꽂히는 폭포가 되어주시고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싶을 때 하늘 아버지를 향해 외치는 간절한 호흡이 되십니다. 뱃속 따뜻한 숨으로 하얀 종이를 만들고 기쁨과 사랑의 눈물로 우리의 이야기를 쓰게 합니다. 숨가쁘게 내쉬는 하얀 숨결이, 가득하게 고였다 감사로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하늘 아버지를 향해 솟구쳐 올라갑니다. 우리의 찬송입니다.